
혈당 검사를 해보면 당뇨병이라고 할만큼 혈당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로 혈당이 낮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공복에 혈당검사를 했는데 정상보다 높은 110mg/dl 로 측정되거나 식후 2시간(75g 포도당 투여후 2시간 혈당) 검사를 했는데 정상보다 높은 145mg/dl 로 측정되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정상혈당보다는 높고 당뇨병보다는 낮은 혈당 수치의 범위를 가지는 경우를 전(前)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당뇨병의 전(前)단계라는 뜻입니다.
전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대개 두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어쨌든 당뇨병은 아니지 않느나”며 안심하는 경우와 “그럼 곧 당뇨병에 걸리는 것이냐"며 걱정하는 경우입니다.
두가지 반응 모두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전당뇨병이 당뇨병이 아닌 것은 맞지만 혈당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만큼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예방만 잘하면 당뇨병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당뇨병 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5-10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관리를 잘한다면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진행속도를 늦출수 있으므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50-70%에 달하고 일단 당뇨병이 발병하면 완치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당뇨병은 혈당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
전당뇨병의 진단 역시 공복 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을 측정해 판단합니다. 이때 공복혈당이 100-125 mg/dl 이고 식후 2시간 혈당은 정상수치인 140 mg/dl 미만이면 공복혈당장애입니다. 반대로 식후 2시간 혈당이 140-190mg/dl이면서 공복혈당은 정상수치인 100mg/dl 미만이면 내당능장애로 진단합니다. 공복혈당이 126 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공복혈당이 정상보다 높은 것은 밤사이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져 간에서 당을 과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몸은 혈액 속의 당농도가 0.1%이상이 되면 남아도는 당을 글리코겐으로 간에 저장합니다. 이후 혈액속의 당 농도가 떨어졌을 때 글리코겐을 다시 당으로 분해해 혈액 속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우리 몸은 늘 일정한 혈당농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혈당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기면서 공복에는 당 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간에서 분비되는 당은 쉽게 정상수치로 떨어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공복혈당은 정상인데 식후 2시간 혈당이 높다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거나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공복혈당이냐 식후 2시간 혈당이냐에 따라 원인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느쪽이든 전당뇨병은 혈당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전당뇨병 단계에서 공복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 모두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가 복합되어 있다고 해서 복합장애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만 있을 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더 높아진집니다. 그만큼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당뇨병 진단을 받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5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당뇨병 환자로 판명되는 현실에서 그나마 예방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뇨병 예방에 신경쓰고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아예 없을때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따라서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 장애, 또는 복합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방치하지 말고 즉시 혈당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당뇨병 단계에서 혈당관리를 잘해 5-10년이 지난후에도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고 건강하다면 안심해도 될까?
정답은 No! 혈당관리를 잘하면 당뇨병 발병위험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요소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전당뇨병 단계에서 이미 췌장의 베타세포가 50%이상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대의학으로는 소실된 췌장의 베타세포를 되살릴 방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당뇨병 단계에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더 이상 손상되고 소실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춤으로써 혈당조절 능력을 유지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슐린을 과도하게 필요로 하는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식습관을 바꾸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췌장이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혈당조절 능력이 회복되면 평생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당뇨병 단계를 무사히 넘겼다고 해서 다시 인슐린을 과도하게 필요로 하는 생활을 되풀이한다면 당뇨병 발병 위험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20-30년후, 또는 그보다 늦게 당뇨병이 발병할 수 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지므로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혈당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실 건가요?
당뇨병 발병 위험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혈당관리로 당뇨병을 예방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