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적인 간에는 간 무게의 5% 정도로 지방이 존재합니다. 그 이상으로 지방이 침착되면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과도한 음주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원인으로 알코올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포함하는 질환으로 임상적으로 유의한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간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전에는 비교적 양호한 임상경과 때문에 간과되곤 했는데 그 환자들을 면밀히 추적 관찰해보니 일부 10~20% 환자에서 지방간염이 동반되어 있고, 20~30년에 걸쳐서 서서히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 가능하다는 결과에 세계가 놀라고 이 질환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복병, 비알코올 지방간
일반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양의 술은 나라와 인종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남자의 경우 일주일에 소주 3병이 넘는 양(210g/week)이고 여자의 경우 2병 정도(140g/week)입니다. 이 정도 알코올 섭취량에 미치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기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이와 운동량 감소에 따른 비만입니다. 우리나라 비알코올 지방간의 특징은 정상 체중에서도 지방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생기는 복부비만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의 지방간은 복강 내쌓인 내장형 지방이 위험요소입니다. 복부비만과 관련된 대사 질환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비알코올 지방간은 간질환이면서도 대사질환에 속해 양다리를 걸치는 형세이죠. 또한, 국내에서 20년 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16~33%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잉여의 지방이 축적되어 간에 쌓이게 되는이 질환은 한마디로 ‘두 얼굴을 가진 복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위험: 비알코올 지방간염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중에서 일부 지방간염 환자는 진행성 간질환으로 간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고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단순 지방간 환자 중에서 숨겨진 복병 같은 지방간염이 도사리고 있으며 전체 지방간 환자의 10~20%를 차지합니다. 지방간염을 찾기 위해서는 간 조직검사를 해야하는데요, 검사를 해보면 조직 내 지방 세포 사이로 염증세포가 파고들어 풍선형 변성과 간섬유화를 동반합니다. 지속적 염증 상태를 동반하면서 서서히 간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죠.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발전된 환자에서는 간질환 관련 사망률이 증가합니다.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는 증거는 서구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원인 미상의 간경변증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 같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전형적인 대사 위험인자가 종종 동반됩니다. 이러한 관찰은 비알코올 지방간염이 원인 미상 간경변증의 주된 선행질환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두 번째 위험: 성인병과의 불편한 만남
비알코올 지방간의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복부비만,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이런 성인병과 함께 몰려다니며 이들의 경과를 더욱 가속하는 위험인자입니다. 즉 대사질환의 감초 같은 존재가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비알코올 지방간이 당뇨병, 심혈관계질환과 함께 존재할 때 이런 대사질환의 예후나 경과를 나쁘게 하는 동시에 비알코올 지방간 자체도 이들의 존재로 인해 지방간염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뿌리를 같이 하는 존재이면서 서로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마치 총부리를 서로 겨냥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을 찾는 진단법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단을 위해서는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 간질환, 약물 유발 간염, 자가면역 간질환, 윌슨병 등의 다른 간질환과 근육질환 등의 감별을 위한 병력 청취 및 검사가 필요하며 일차적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간의 지방축적 정도를 확인합니다.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복부 초음파와 같은 영상검사로 확인된 지방간 환자 중에서 간 기능 검사(GOT/GPT/GGT) 수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와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질환과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된 경우에 지방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서 확진검사인 간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검사의 침습성과 부작용으로 임상현장에서는 좀처럼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욱 정교한 표식자나 영상검사를 고안·발굴하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검사 중 초음파검사, CT, MRI, MRS는 간 내 지방량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비알코올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염 감별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인정되는 NAFLD Fibrosis Score, Transient elastography 및 Magnetic resonance elastography는 고위험군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입니다.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지방간을 치료하자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치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입니다. 한국인은 쌀을 주식으로 해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습니다. 탄수화물은 간 내부의 중성지방 형성에 관여하며 혈당을 높여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식이요법을 통해 탄수화물을 줄여야 합니다. 아직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큰 효능을 줄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고지방, 고탄수화물, 고혈당을 피하는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다면 치료가 수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체중 감량은 간 내 지방증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간 내 염증을 호전시키려면 체중의 7~10% 이상 감량이 필요합니다. 조직검사로 확인된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에서 고용량의 비타민 E(800IU/일)와 Pioglitazone은 지방간염을 호전시켜 치료제로 고려될 수 있으나 장기간 치료 시 안정성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내과적으로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건강을 위협할 만큼 심한 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비만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염의 치료를 위해 일차적으로 권고하지는 않습니다.
두 얼굴의 복병 비알코올 지방간. 어릴 때부터 지방간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간질환과 만성 성인 질환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미래 간건강을 위협하는 비알코올 간질환. 이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