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기초 단계인 소아청소년기에는 급격한 신체와 정신적 변화를 겪습니다. 또한,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기 때문에 소아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을 때는 성인과 다른 관점에서 아이의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주기 확인
소아는 어떤 행동이나 현상 자체로는 정신적 정상·비정상을 따질 수 없고 문제점이 언제, 얼마나 나타나는가에 주목합니다. 이때 ‘발달’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발달의 4가지 주요 영역인 운동,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 분야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과업을 이루고 있는지, 혹은 발달이 정지 또는 지연되거나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3세의 유아가 가끔 생떼를 보이는 것은 정상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아이가 생떼를 매우 자주, 강한 정도로 보이거나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빈번히 보인다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아정신과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달의 문제 중 ‘진단명’으로 이름 붙은 지적장애(정신지체), 자폐장애, 언어장애, 운동장애(틱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적장애
기존의 ‘정신지체’라는 용어가 ‘지적장애’로 변경되었습니다. 지적장애는 약 70 이하의 지능지수(IQ)이면서 지적기능(추론, 문제 해결, 계획, 추상적 사고, 판단, 학습 등)과 자립에 필요한 생활 적응능력이 기대되는 수준보다 미숙한 상태입니다. 이는 어릴 때 시작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낮은 정신연령을 갖게 됩니다. 지적장애 아이의 1/4 정도에서 다른 정신과적 문제도 나타나며 커가는 과정에서 또래에 비해 제한적인 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에 맞는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폐장애
흔히 말하는 자폐증은 최근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 장애는 뇌의 이상으로 유아 때부터 관찰할 수 있으며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 장애,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장애가 나타나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감정이 어떤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의식하기 어려우며 언어 발달이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 없고 상투적인 행동을 반복하거나 관심 범위가 매우 협소한 증상도 나타납니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자폐 증상의 범위가 아이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며 적응력을 높이는 언어, 감각,행동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 도움이 됩니다.
언어장애
언어를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기능이 결핍되어 언어 습득과 사용에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말-언어가 늦되는 경우), 발음 이상, 말더듬 등이 언어장애에 포함됩니다. 지적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 학습장애 등이 있으면 당연히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본 질병이 이와 같은 다른 질환인지 언어장애인지에 따라 치료 계획이 달라집니다.
운동장애
운동장애에는 틱·뚜렛장애, 운동협응장애, 상동운동장애 등이 있습니다. 틱(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인 동작)은 전형적으로 얼굴에서 처음 나타나 눈 깜빡임과 얼굴 찡그림이 발생한 이후 목, 어깨, 몸통, 다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흥분에 의해 악화되고,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는 의식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인구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가진 아이에게서 틱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틱 증상을 가진 아이의 50~90%가 추후 강박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뚜렛장애는 틱이 오래, 더 심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아무리 발달문제가 있어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나아집니다. 아이들은 자라기 때문이죠. 그래서 발달이 조금 늦어도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장애를 예로 들어보면, 만 2살에 ‘엄마’ ‘아빠’ 등 몇 가지 단어만 겨우 말하는(1년 정도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가 만 3세 경에 “물 줘” “공 줘” “이거 뭐야”라고 말할 수 있다고 ‘기다리길 잘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아이가 발전한 것은 맞지만, 만 3세의 아이가 이뤄야 하는 발달과업도 업그레이드되어 또래 아이들은 더 길고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간단한 질문과 답을 하는데 여전히 우리 아이는 “물 줘”에 머물러 있다면 지체 없이 도와줘야 합니다. 그전에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과정
말이 늦는 아이는 어렵고 아쉬운 것을 말로 하지 못해 타인이나 부모에게 알릴 길이 없어 고통을 받습니다. 특히 집 밖에 나가면 부모가 눈치껏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고통은 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말이 늦는 원인에 대해 언어 표현만의 문제인지, 언어 이해의 문제인지, 청력문제인지, 지적 잠재력이 부족해서인지, 자폐장애가 있는지, 주의력 결핍으로 학습이 어려운 건지, 양육환경이 적절한 언어적 자극을 주지 못했는지 등 가능한 여러 방향에서 검토해 아이에게 맞춤형으로 해결책이 고안되어야 합니다. 빠르게 방법을 제시할수록 아이의 발달이 정상 궤도를 찾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발달 과정에서는 앞서 말한 장애뿐 아니라 아동과 부모 누구나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때 전문가 개입은 빠른 상황 정리와 불편한 마음의 호전을 가져옵니다. 문제의 무게가 무거워져서야 겨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참 안타깝습니다. 정신과라는 편견도 있고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의 문제라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넘쳐나는 지식정보가 혼란스럽거나 아이와 함께 겪어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전문적인 도움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