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명드라마의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조현병, 얼마나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금일은 우리에게는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더 잘 알려진 조현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현(調鉉)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의 증상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조현병(調鉉病)은 기존의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에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정신의학계의 노력으로 2011년에 바뀐 명칭입니다. 정신분열이라는 용어가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다 이로 인해 치료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병명이 개정되었습니다.
망상과 환각
조현병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흔한 질환으로 평생 유병율은 1%에 이릅니다. 남녀의 유병율의 차이는 없으며 대체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발병합니다.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에 발병하고 망상, 환각, 비논리적이고 혼란스러운 언어(빈번한 탈선과 지리멸렬), 전반적으로 와해되거나 긴장된 행동, 정서적 둔마나 무의욕증 같은 증상이 발생합니다.
망상은 주변 환경에 대한 부정확한 추론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믿음으로,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이라고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망상의 주제는 다양한데 누군가 자신을 이유없이 괴롭히고 피해를 입히려 한다는 피해망상,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는 과대망상,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주변의 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신과 특정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관계망상, 누군가 몰래 자신의 행동을 감시한다는 감시망상,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는 사고전파가 있습니다.
환각은 실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을 통해 어떠한 자극을 지각하는 것으로 환청, 환시, 환촉, 환후, 환미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환각 중 환청이 가장 흔하며, 심할 경우에는 환청이 지시하는 내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환청이나 망상처럼 주위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과 달리 감정 표현이 줄고 의욕이 없어지거나 말수, 표정이 없어지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는 발견이 어려워 치료적 개입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이 경우 주변 사람들은 환자가 게을러졌다고 오해하거나 우울해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주관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점차 어떠한 사회적 활동에도 무관심해지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됩니다. 또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의 흐름이 논리적이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초점을 잃거나 말하는 도중에 사고가 정지된 것처럼 멍해지기도 합니다.
결국 발병 이후 상당 기간 동안 대인 관계나 직업, 학업 기능 등의 주요한 생활 영역까지 증상이 확대되고 사회적 기능과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자아 기능의 취약에서 비롯되는 혼란
이러한 조현병의 증상들은 외부로부터 자기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자아(ego) 기능이 매우 취약해졌을 때 일어납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구별이 어려워지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경계를 구별하는 능력을 현실검증력이라고 하는데, 현실검증력이 떨어지게 되면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별다른 여과를 거치지 않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느낌이 그대로 외부에 전달되는 등 매우 심한 심리적 혼란을 초래합니다.

복합적 요인에 의한 증상
일반적으로 조현병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뇌의 이상, 신경생화학적 요인, 심리 사회적 요인 등이 있으나,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위에 언급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조현병이 뇌의 병이라고 생각하여 뇌의 구조적 기능적 결함, 뇌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을 중요한 발병 원인이라고 봅니다. 특히 뇌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Dopamine)의 과다 분비 혹은 결핍은 조현병 증상과 관련이 매우 큽니다. 그 근거는 조현병에 쓰이는 대부분의 항정신병 약물이 뇌에서 도파민의 활성을 낮추거나 조절하는 작용을 하여 조현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가족력과 가계연구 에서 조현병 환자의 형제나 자매는 일반인의 8배의 발병률, 조현병 환자의 자녀는 일반인의 15배까지 노출되기 쉽다고 보고되나, 유전은 조현병 자체보다는 그 위험성이 유전되고 쌍생아 연구를 보면 유전자 이외에 환경적 요인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접근과 설명
조현병 환자에게는 위로의 말이나 격려보다는 안전감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여 지나친 자극을 차단해야합니다. 환자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트레스-취약성 이론을 이용하여 증상에 대한 쉬운 설명과 치료에 대한 교육을 하고 치료 약물로 정신적 혼란상태를 가라앉혀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현병 증상으로 인한 초기의 혼란은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경우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부정하거나 숨기려고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치료와 재발방지
조현병은 치료가 늦어지거나 만성화 될 경우 사회적 기능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도 심각하게 일어나므로 조기 발견, 조기 치료, 재발 방지가 아주 중요한 질환입니다. 조현병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치료로 나눌 수 있으며 치료는 두가지를 병행하여 이루어집니다. 조현병에 있어 첫 발병을 하고 5년 이내를 결정적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간 안에 재발이 가장 많고 증상 악화나 기능의 저하도 심하게 일어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항정신병 약물 치료는 조현병 급성기 초기에 관찰되는 심한 정신병적 증상과 초조, 흥분의 신속한 개입에 아주 효과적이며 과거와 달리 최근의 약물은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우수합니다. 간혹 급성기의 심각한 증상이 치료된 후 병식 부족이나 약물 치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약물을 중단하는 환자도 있는데, 약물 중단은 조현병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약물 치료는 충분한 용량으로 최소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약물 중단은 꼭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됩니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인지 재활 치료, 정신치료, 약물교육, 가족 교육, 사회 기술 훈련 둥이 있으며, 치료는 환자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초기에 환자가 경험한 당혹스러운 사건에 대한 토론은 가족들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치료
조현병은 경과가 매우 다양한 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를 살펴보아야 하고 치료와 악화 증상 및 경과에 대한 가족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가족들은 병의 최조의 발견자이기도 하며 환자를 보호하고 환자의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해주며 재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족의 협조가 없다면 환자의 치료는 사실상 어려우며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병적인 가정 환경에 돌아감으로써 다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특히 환자에 대해 적대적이고 비판적이며 직설적인 감정 표현을 한다면 이는 재발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성화를 막고 환자의 병전 기능의 회복을 위해 약물치료, 가족교육과 지지, 지역 사회 내 지지를 기반으로 사회적 적응 능력을 극대화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글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김은진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