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리고 행복한 것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후회도 있고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올해보다 나은 새로운 한해를 보내기 위해, 올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버리면 좋을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시다. 사소하고 간단한 것들이지만 버리면 행복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1.남의 말하기
세상은 돌고 돕니다. 내가 한 말이 돌고 돌아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친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남의 말하는 것에 대해 돌아볼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제 삼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당장은 편한 주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제 삼의 인물을 험담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다른 자리에서 자신을 험담하는 당신의 얼굴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신이 한 이야기는 남에게 전해지고 그 말이 돌고 돌아 부풀리고 왜곡되어 결국은 당신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당신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절대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당신이 되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당신을 ‘입이 무거운 사람’, ‘진중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더 가깝게 느낄 것입니다.
2.지르고 보자
요즘 항간에 ‘지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옳은 국어는 아니지만 충동구매를 일컬어 쓰는 말입니다. ‘지름신이 임하셨다’는 말은 뭔가에 씌운 듯 충동구매를 했다는 말입니다. 달갑지 않은 지름신이 임하신 후에는 그 후유증에 한숨이 나옵니다.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카드로 긋고 그 대금을 치르는 일도 유쾌하지 않을 뿐더러 또 ‘질렀다’는 생각에 한동안 자괴감을 느끼기 일쑤입니다.
지름신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길목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몇 번 지름신을 만난 후에는 위험한 곳을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텔레비전의 홈쇼핑채널, 아니면 백화점 등 위험지역을 파악해 그곳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정 못 견디게 그런 곳들이 궁금하다면 방문은 하되 카드는 안전한 곳에 피신을 시키고 적은 현찰만을 곁에 둡니다.
이 때 카드나 큰 현찰은 최소한 가지러 가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곳이 좋겠습니다.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모자라는 현찰이나 카드를 가지러 가야하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그 물건이 꼭 필요한가 다시 되짚어 봅니다. 그러면서 그 물건이 없이도 잘 살아왔던 현재까지의 생활을 상기합시다.
지난번 지름신이 임한 후의 물적, 정신적 고통과 자괴감을 상기합시다. 그리고 그 물건을 사고 난 후 정말 내가 후회하지 않을런지 다시금 생각해봅시다. 그런 후에도 사고 싶다면 그 물건은 꼭 필요한 물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안전망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사 놓고 충동구매를 후회한다면 한번쯤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어떨까요?
3.폭식
음식을 잔뜩 먹고 후회해 본 적이 있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일정하게 식사하지 않습니다. 입맛이 없거나 입에 맞지 않으면 좀 덜 먹고 맛있으면 좀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입에 착착 붙게 맛있어서 좀더 많이 먹은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맙시다. 문제가 되는 폭식은 굶다가 하는 폭식, 과음과 함께 하는 폭식입니다.

이런 폭식은 다른 문제들이 패키지로 같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굶다가 하는 폭식을 봅시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신경 쓰면서 배고프지 않으면 끼니를 거릅니다. 그러다가 다음 식사 시간에 폭식을 하게 됩니다. 굶으면 우리 몸은 들어오는 영양분을 지방으로 변환시켜 몸 속에 축적 시킬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양이 지방으로 축적되게 됩니다. 살 빼려고 점심도 굶었는데 저녁에 폭식하고 잠자리에 들 때의 기분도 언짢지만 다음날 아침의 부은 얼굴은 정말 비명이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있어 시작하는 것입니다. 외모 뿐 아니라 의지박약이라는 자신의 내면에까지 그 불만이 확대되게 됩니다.
만약 자신을 혐오하고 싶다면 굶은 후의 폭식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굶은 후의 폭식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확실히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 것입니다. 과음은 폭식을 동반하기 쉽습니다. 오랜 시간 식탁에 앉아있게 되고 안주도 많이 먹게 됩니다. 대부분 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니 수면도 모자랍니다. 아침에 초췌하고 부스스한 얼굴에 불쾌한 배를 쓸고 있으면 이 역시 후회감이 밀려듭니다. 적당한 음주로 폭식을 막읍시다.
버릴 수 없다면 과감히 인정하자
현실의 모든 것이 만족스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 불만이 있고 바꾸고 싶은 것, 버리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현실이 더 많습니다.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을 버리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실을 수정해가는 것과 환상 속에 살면서 현실을 부정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습니다.
나의 가족, 나의 외모, 심지어 나라는 사람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들,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버릴 수 없다면 버리기를 열망하는 것보다 오히려 인정하고 조금씩 가꾸고 바꾸어 가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자신을,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여봅시다. 버리려 애쓸 때보다 오히려 여유가 생기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