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단풍, 낙엽, 밤, 추석, 독서, 천고마비 등등 수많은 단어가 뇌리를 스쳐지나가고, 또한 파란 하늘, 노랗고 빨간 단풍, 선선한 날씨는 무지개 빛 꿈을 꾸게 해줍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가을만 되면 소화장애, 두통, 우울증, 두근거림 등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생깁니다. 바로 주부들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명절증후군이 다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주부님들의 업무에 기인된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주부 뿐 아니라 남편도 신종 직업병 대상자로 등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 무엇이 며느리를 괴롭히나요?
요즘은 핵가족화와 가정적인 남편들이 많아 가부장적인 집안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이게 되고, 자연히 가부장적인 분위기와 함께 남녀차별, 상하관계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며느리는 가장 하부구조로 전락합니다. 명절만 되면 모든 일들이 마치 며느리 몫인 양 바라만 보고 있는데, 여기에 남편과 남자 친지들의 무관심이 더해지고, 더불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처럼 영원한 숙제인 고부갈등까지 며느리 입장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로 들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죽했으면 시가 댁에 가기만 하면 온 몸이 아프다고 하는 며느리도 있습니다.
▶ 어떤 증상이 생기면 의심하나요?
한 조사에 따르면 주부들의 84%가 '명절증후군' 에 시달린다고 한다. 짜증이 난다 (46%)가 가장 많았고, 두통(26%), 답답함(14%), 팔다리 통증(14%), 우울증(12%) 등의 순입니다. 원인으로는 성차별(32%)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과중한 일(30%), 대식구의 번잡스러움(18%), 경제적 압박(16%), 교통체증(8%) 등의 순이었습니다. 특히, 성격상 경쟁심이 많고,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주부라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개개인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며, 이를 빗대어 두통약, 소화제, 변비약, 파스, 피로회복제 등을 포함한 '며느리 패키지'란 말도 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증상들은 명절이 끝나면 회복되기도 하나,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우울증 같은 경우는 더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과 진료를 받아 보도록 해야 합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