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탈모를 가진 많은 수의 연예인들이 TV에서 자신감있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탈모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탈모증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먼저 모발의 일생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멀쩡했던 머리카락이 왜 그렇게 빠지는 걸까요?
모발은 계속 자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 자라면 빠지게 되고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털이 자라나게 되는 일생을 반복합니다. 머리카락의 경우는 약 3년간 자란 후 3개월 정도 정지상태로 있다가 빠지게 되며 하루에 0.3mm 정도 자라므로 평균 약 40cm 정도 자란 후 빠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털을 만드는 구조물인 모낭은 약 500만개이며 머리카락의 수는 10만개 정도 되는데, 머리카락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가 감소하며 대머리인 경우는 이 모낭의 수 자체가 감소해 발생하게 됩니다.
털의 성장에는 반드시 호르몬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 난소, 고환,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안드로겐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주로 받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발의 종류에 따라 안드로겐에 대한 반응이 달라 몸의 다른 털은 자라는데 반해 머리카락은 오히려 성장이 억제됩니다.
머리카락 자체가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의 주기적 변화를 가지므로 하루에 20개에서 50개 정도의 머리털은 누구나 생리적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부과에서 탈모증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하루에 70~80개 이상 빠지는 경우를 말하며, 탈모증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원형 탈모증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이 머리카락이 동전 모양이나 계란 모양으로 빠지는 원형 탈모증은 정서적 불안이나 걱정,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고3 수험생이나 결혼을 앞둔 처녀, 혹은 승진 시험 준비나 직장내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 자주 발생합니다.
원형 탈모증은 주로 머리 털이 빠지지만 눈썹, 수염, 겨드랑이나 음모 등의 털이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하면 두피 전체 또는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각각 전두 탈모증, 전신 탈모증이라 합니다. 스트레스 이외에도 갑상선 기능의 이상, 빈혈, 백납과 같은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춘기 이전에 발생한 경우나, 아토피 체질인 경우, 또 가족 중에 원형 탈모가 있는 사람이나, 손톱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치료법으로는 대부분이 자연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며 발생 1년 미만인 한두개의 원형 탈모반이 있는 경우 약 80%가 자연회복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털이 빠진 부위가 적은 경우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탈모 부위에 바르거나 피부 속으로 주사를 놓기도 하지만 탈모의 범위가 넓고 여러 곳에서 빠지는 경우에는 DPCP라는 약물을 사용한 면역 치료법이나 약물의 전신 투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냉동치료나 엑시머같은 자외선 치료, 자극제 사용 및 모발 발육 촉진제의 국소 요법 등이 있으며 전두 탈모증이나 전신 탈모증의 경우는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합니다.
2. 대머리 (유전성 안드로겐성 탈모증)
대표적 탈모의 종류중 두 번째로 유전성 안드로겐성 탈모증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M자 모양으로 머리털이 빠진 부위가 넓어지면서 머리가 가늘고 힘이 없어 쉽게 빠지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대머리는 체내 안드로겐 호르몬의 양보다는 호르몬이 모낭세포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주느냐에 좌우하므로 대머리가 정력이 세다는 등의 속설은 의학적으로 근거없는 말입니다.
대머리의 진행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서서히 시작해 점차로 진행됩니다. 언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까지 심하게 빠질 것인가 하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되고 이를 직접적으로 진행시키는 역할은 안드로겐이 담당합니다.
대부분 앞부분과 윗 부분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잘 빠지게 되나 뒤와 옆 부분의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발 이식수술을 할 때는 자신의 뒤쪽 머리를 앞쪽에 옮겨 심게 됩니다. 대머리가 진행되는 사람은 주로 머리에 기름기가 많거나 기름진 비듬이 많은 사람, 그리고 여드름이 심한 편인 사람이 많고, 머리 이외에 다른 부위는 비교적 털이 많습니다.
남성형 탈모증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도 안심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어 대머리를 일으키는 안드로겐이 여성의 경우에도 난소와 부신에서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여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대머리가 진행됩니다. 단지 탈모가 늦게 일어나고 머리가 길어 가리기 쉽고 이마의 모발 선이 유지되며 드문드문 빠져서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피의 위 부분이 훤히 비쳐 보이는 여성의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간혹 젊은 나이에 갑자기 탈모가 진행되는 여성의 경우는 남성호르몬 분비 종양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 밖에도 출산이나 수술과 같은 심한 스트레스 후에 발생하는 휴지기 탈모증, 항암제 투여 후나 방사선 치료 후에 발생하는 생장기 탈모증, 퍼머/염색 및 기타 화장품으로 인하여 머리카락이 손상을 받거나 심한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의 만성피부질환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 또는 소아에서 신경성으로 머리를 뽑아 생기는 탈모벽 등이 있습니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