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서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게 됩니다. 흔히들 몸이 무겁고 나른해지며, 졸음이 오고, 하품이 연발되고 무기력해져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심한 경우 일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는 호소를 하게 됩니다.
사실 피로라는 것이 지나친 업무에 의한 과로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증상이지만 문제는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봄철 피로의 특징입니다. 물론 병적인 원인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른바 춘곤증입니다.
반드시 춘곤증이 아니더라도 우리 몸이 피로를 느끼게 되면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피로 증상을 방치했을 때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잠복성 질환들이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지면서 발병되는 경우도 있고 기왕에 앓고 있었던 만성 질환들이 악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막론하고 피로 증상은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유지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로를 유발하는 생활 습관 관련 요인들
피로 증상을 일으키는 생활 습관 관련 요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운동 부족, 좋지 않은 수면 습관, 지나친 비만, 지나친 흡연 및 음주 등이 있습니다. 피로를 유발하는 다른 원인들이 발견되지 않고 위와 같은 요인들이 확인되면 우선 이런 좋지 않은 습관들을 교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2. 피로를 유발하는 기질적인 질환들
기질적인 질환들 중에서 초기 증상으로 피로를 유발하지 않는 질환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당뇨,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등은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바이러스성 간염, 결핵, 심부전증, 신부전증, 류마티스성 질환(루프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에이즈(AIDS), 수면무호흡증, 알레르기성 질환 등이 있고, 암(유방암, 대장암, 백혈병, 췌장암 등의 초기)도 초기에 다른 증상이 없이 피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이 피로 증상의 원인인 경우에는 해당되는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3. 피로를 유발하는 정서 장애
피로를 유발하는 흔한 원인 질환을 한가지 들라면 바로 우울증이 있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울증은 피로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 중 한가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불안증 등도 흔한 원인입니다. 이런 경우 우울증, 불안증을 치료하면 피로 증상이 개선됩니다.
4. 피로를 유발하는 사회적인 원인들
사실은 피로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육체적인 과로와 지나친 정신적인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적절한 휴식만이 피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피로와 약물 부작용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사용하는 많은 약물들이 장기간 사용시 그 부작용으로 피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항고혈압제, 항우울제, 각종 신경안정제, 항히스타민제, 소염진통제, 부신피질 호르몬 등과 같은 많은 약물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서 약을 바꾸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6.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피로 증상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1-5% 정도에서는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 피로 증후군, 특발성 만성 피로, 섬유근통 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피로 증상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잘 상의해서 감별해야 합니다. 만일 이런 질환들이 확인되면 ‘만성 피로 클리닉’과 같은 전문 클리닉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봄철 피로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사실 춘곤증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교과서의 어느 곳을 살펴보아도 춘곤증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봄철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춘곤증이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도 아직은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춘곤증이 생기는 원인을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첫째는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생리적인 불균형 상태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 인체 내에서는 소위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고 결과적으로 각종 비타민들이 됩니다.
그렇지만 일조시간이 길어지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추위에 적응하던 생리적 변화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부신피질 호르몬을 필요로 하는데 체내에 각종 비타민이 모자라는 상태에서 충분한 호르몬 분비가 될 수 없어 적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요즘처럼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 등이 풍부해서 각종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분의 섭취가 충분하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둘째로는 신체 기능의 부조화가 원이라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겨우내 추운 날씨 탓에 아무래도 신체적인 운동량이 모자라게 되고 결과적으로 몸의 각 부위의 근육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자연히 활동량이 많아지게 되면 신체 기능의 부조화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셋째로 각종 생활 사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봄이 된면 생활에 변화가 많아집니다. 예를들어 이박, 졸업, 취직, 전근, 새로운 사업의 시작등 많은 생활 사건이 있게 되고 이것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잘 여려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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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춘곤증의 원인들은 우리의 생활 습관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춘곤증의 대처 방법도 자연 스럽게 평소의 생활 습관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이 충분한 영양 섭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신체의 여러 가지 생리적인 리듬과 각종 스트레스의 대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생성에 관여하는 비타민 C의 섭취는 필수적입니다. 그 밖에도 각종 비타민군, 단백질과 칼슘 등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의 섭취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평소의 규칙적인 운동도 봄철 피로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조깅, 산책, 줄넘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20~30분씩 일주일에 3~5회 정도 하는 것이 새봄을 맞아 신체의 컨디션 조절에 매우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며 근육 이완과 혈액 순환의 증진 효과도 있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물론 사지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스트레칭, 맨손체조, 요가 등을 하는 것도 좋은 대처 방법입니다. 또 생체 리듬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피로 회복법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고 따뜻한 물에 목욕을 자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