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든든한 외과 의사
- 외과 김형욱 교수 -
김형욱 교수는 수술 후 퇴원 환자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직접 한다. 재발 여부를 체크할 뿐 아니라 새로 생긴 용종도 찾아내서 제거하기 위해서다. 수술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라, 집도의가 주치의로서 계속 추적 관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수술을 맡았던 의사가 내 옆에서 늘 함께한다니 환자로서는 그만큼 든든한 일도 없을 것이다. 김 교수의 환자에게 완치는 당연한 덤일지도 모른다.
수술의 80% 이상을 단일공 복강경으로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 치료 가능
김형욱 교수는 수술의 80% 이상을 단일공 복강경으로 한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절개창을 배꼽에 하나만 내서 최소 침습 수술의 이점을 최대한 끌어낸다.
“일반이든 단일공이든 복강경 수술은 조기암에만 국한된다고 오해들을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최소 침습은 절제가 아니라 절개와 관련된 거예요. 복부를 조금 째서 통증과 흉터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지, 암 덩어리도 조금 잘라낸다는 개념이 아니에요. 절제 범위가 제한돼서 재발율과 생존율 등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술 기법을 복강경으로 바꾸면 안 되는 거죠. 특수한 경우는 있겠지만, 절제 범위와 완치율을 따질 때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은 별 차이가 없어요. 단일공 복강경 수술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시야 확보에는 개복 수술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요. 복강경 카메라를 통해서 더 선명하고 확대된 화면을 볼 수 있어요. 더구나 개복을 하면 위에서 아래로 한쪽만 내려다 볼 수 있잖아요. 복강경 수술은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절제 부위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어요. 따라서 섬세하고 미세한 수술을 하기에 더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이점이라면 로봇 수술도 빠지지 않는다. 3차원 입체 영상과 손 떨림 보정, 로봇 관절 덕분에 미세한 수술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효과에 비해 비용이 비싸고, 무엇보다 배꼽 절개 단일공 수술을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대장암에 시행할 수 있는 최소 침습 수술은 일반 복강경 수술,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뿐만 아니라 경항문 직장 절제술과 수 보조 복강경 수술까지 해서 모두 다섯 가지에요. 이것들이 전부 다 가능하다는 게 우리 강북삼성병원의 장점이죠. 아마 우리 병원이 유일할 거예요.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으니까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 치료가 가능하죠.”
근원적 대장암 재발 막기 위한 암 줄기세포 연구
암 줄기세포의 표지자 탐색
“대장암은 위암, 간암, 췌장암 등 복강 내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예후가 가장 좋은 편이에요. 1기부터 4기까지 다 합쳐서 5년 상대생존율이 75%가 넘죠. 2기는 수술만으로도 80~90% 이상 완치돼요. 필요한 경우에는 보조 항암치료를 하죠. 3기 역시 수술로 60% 이상 완치되고, 보조 항암치료까지 하게 되면 70% 넘게 완치돼요.”
김형욱 교수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장암의 정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연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지금 2기와 3기 환자들이 각각 90%와 70%의 완치율을 보인다고 하지만,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가 재발하고 그로인해 사망한다는 말이잖아요. 그걸 막으려면 우선 첫째로는 수술할 때 원칙에 맞게 제대로 해야겠죠. 그런데도 재발하는 환자가 어떻게든 있어요. 수술을 더 잘한다고 해서 나머지 10%나 30%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어요. 어떤 환자가 재발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추가적인 치료를 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야죠. 그래서 대장암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대장암이 재발하는 건 대장암 줄기세포가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탓이니까, 그걸 찾아내서 없애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우선 대장암 줄기세포의 표지자를 찾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조기 영양공급으로 빠른 회복 돕는 식이 프로그램 운영
수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
최소 침습 수술의 장점 중 하나가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상처가 작기도 하지만, 육체적 스트레스에 따른 면역력 저하도 덜한 덕분이다. 그런데 수술법 말고도 조기 회복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김형욱 교수가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식이 프로그램이다.
“장 수술 후 회복과 퇴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식사와 배변이에요. 그것만 원활하면 치료가 다 끝났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장 회복에 맞춰서 조기에 영양을 공급하는 식이 프로그램이 중요하죠. 옛날에는 가스가 나와야만 물이나 미음을 줬어요. 가스 배출을 척도 삼아 환자의 장운동이나 장 기능의 회복을 판단했던 거죠. 가스가 나오거나 안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장운동이 다 돌아왔거나 덜 회복됐다고 할 수 없어요.”
김 교수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척도는 환자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이다.
“먹을 준비가 됐는지는 환자 본인이 가장 잘 알아요. 식욕이 없거나, 구토와 오심, 복통 등이 있으면 못 먹거든요. 반대로 환자 스스로 괜찮다고 느끼면 아주 일찍부터 일반 식사가 가능하고요. 그래서 ‘환자 주도형 영양공급’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해요. 처음부터 환자 스스로 물이냐, 미음이냐, 죽이냐를 선택해서 섭취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아직까지는 개념 정립 단계예요. 현재로서는 수술 다음날에 바로 미음을 제공하고, 2/3 정도를 먹을 수 있으면 죽 식사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조기에 영양을 공급해서 빠른 회복을 도우려는 거죠. 환자 주도형이 되면 더 빨라질 수 있겠죠.”
조기에 영양공급을 하는 회복 프로그램은 말이 쉽지 실행하기 어렵다. 김 교수가 ‘조기’ 영양공급을 실행하고, 나아가 ‘환자 주도형’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건 자신감의 표현이다.
“수술에 자신이 없으면 겁이 나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연결한 문합부가 잘못돼서 샐 위험이 있는데 뭘 먹게 할 수는 없잖아요. 완벽한 수술을 구현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없다면 도저히 그럴 수 없죠.”
내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수술 아니라면
다른 환자에게도 해선 안 돼
“흔히 가족은 의사 본인이 수술을 집도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내 부모가 대장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제가 직접 할 거예요. 만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다른 환자도 수술하면 안 되겠죠. 내 가족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겠느냐, 모든 환자를 항상 그런 마음으로 치료하고 있어요. 내 자식, 내 부모한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라면 다른 환자에게도 하면 안 되죠.”
김형욱 교수의 자신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묵직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수술 받은 환자가 퇴원하실 때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물어보세요. 불안해서 그러시는 거죠. 그러면 제가 설명 끝에 항상 덧붙이는 말씀이 있어요. 어차피 댁에 가시면 다 잊어버리실 거다, 그래도 괜찮다, 퇴원한다고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주기적으로 만날 것이고 그때마다 다시 설명드릴 거라고 말이죠. 주치의로서 계속 관리해 드린다고 하면 안심하고 가세요. 그러니까 제가 환자를 책임져야죠.”
김 교수가 수술 후 퇴원 환자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직접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발 여부를 체크할 뿐 아니라 새로 생긴 용종도 찾아내서 제거한다. 수술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라, 집도의가 주치의로서 계속 추적 관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수술을 맡았던 의사가 내 옆에서 늘 함께한다니 환자로서는 그만큼 든든한 일도 없을 것이다. 김 교수의 환자에게 완치는 당연한 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