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적 식생활습관 등으로 남성 비뇨기종양인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암 발생 통계를 보면 전립선암은 남성암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이기도 하다. 이에 비뇨기종양 분야의 명의라고 알려진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주관중 교수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의사 같지 않은 진짜 의사
친절하고 자상하기로 유명하다는 소문대로 주관중 교수는 먼저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평소 환자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올 때면 항상 먼저 일어나서 인사를 건넨다는 주관중 교수를 보고 환자들은 ‘의사 같지 않은 의사’ 라고 부른다고 한다.
주변 동료들 및 환자들에게 예를 다하고 친절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는지 물었다.
“제 체격을 보시면 왜소하잖아요? 어렸을 때 잔병치레가 심해서 동네 소아과를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었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 표정이 참 온화하고 또 친절하셔서 마음이 편했어요. 언젠가 의사가 된다면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 주관중 교수가 수줍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의 취미는 태블릿 PC ?
하루 종일 환자를 대하려면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분명 필요할 터. 주관중 교수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수술할 때 오래 서있어야 하니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하게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병원에 ‘오르고나누고’ 라는 계단 걷기 어플리케이션이 설치가 되어 계단을 자주 이용하게 되더라구요. 또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최대한 많이 걷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작 때부터 진행되는 내내 주관중 교수의 손에는 태블릿 PC가 들려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태블릿 PC를 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물었다.
“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이 태블릿 PC를 통해서 환자분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주관중 교수는 평소 환자 한명 한명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도 환자가 걱정되어 자주 출근하고 실시간으로 틈날 때마다 태블릿 PC를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니 환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관중 교수로부터 24시간 돌봄을 받는 셈이다.
“가끔 학회나 외부일정이 있어 병원 밖을 나갈 때에도 큰 수술을 한 환자분이 걱정되어 이것으로 체크합니다. 다른 병원 선생님들이 보고는 부러워 하더라구요”
하루종일 테블릿 PC를 손에 떼어놓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 들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주관중 교수 개인시간이 없어진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큰 수술을 하신 환자분들은 집에 가서도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옛날에 이런 것들이 없었을 때에는 쉬는 날에도 수시로 전화해서 환자분 상태를 물어보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불편이 줄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 녀석으로 환자분들 상태 확인하는 것이 제 취미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주관중 교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삶의 질과 밀접한 비뇨기종양
“비뇨기종양은 우리 몸의 소변 배출기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서, 발생하게 되면 삶의 질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시종일관 미소를 띄고 있던 주관중 교수의 표정이 비뇨기종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사뭇 진지해졌다.
“방광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전립선암 같은 경우에는 좀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년 퇴임후 인생을 즐기셔야 할 시기인데 전립선암이 와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 참 안타깝습니다. 신장암 같은 경우도 최근 들어서 급작스럽게 증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신장암의 경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찾아내기 힘들지만 최근 건강검진 등으로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증상이 느껴질 때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건강검진의 발달로 조기발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질병이 갑작스럽게 늘어나기 보다는 조기발견이 많아진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신장암의 3대 증상은 혈뇨가 나오거나 옆구리 통증이 느껴지거나 옆구리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면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고.
“요즘은 초음파로 1기 단계에서 빨리 발견해서 조기 치료가 늘어났습니다. 물론 그만큼 결과도 좋은편이죠”
주관중 교수는 비뇨기종양을 치료할 때 특별하게 기준으로 삼고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종양이 남지 않고 깨끗하게 처리되는 것, 두 번째는 삶의 질입니다. 암은 치료가 잘되었는데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세요.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삶의 질입니다. 적극적으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의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것도 좋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암치료를 위해 장기를 적출하는 경우 그만큼 기능을 하던 장기가 없어지므로 생활에 불편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비뇨기종양은 수술 후 소변과 관련된 어려움이 많아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저는 수술 전 경중을 따지게 됩니다. 이 수술이 환자분의 삶을 더 힘들게 하진 않을지 한번 더 고민을 하죠.“
|나이가 많으면 수술을 버티기가 힘들다?
비뇨기종양이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높다 보니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수술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관중 교수는 환자의 나이도 분명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말한다.
“수술 후 갖게 될 후유증을 생각할 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으신데 무리해서 큰 수술을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럴 때는 되도록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면서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 하시도록 권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나이가 많더라도 건강 상태가 좋아 충분히 수술을 견디고 회복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 건강들이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80세가 되셔도 수술을 잘 이겨내십니다. 한 예로 70대 환자분이 신장암 크기가 커서 우려되었던 상황이었지만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도 빨라 지금도 약물치료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수부보조 복강경 수술로 큰 종양도 문제없이
의료술기가 발달함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수술법도 어느정도 평준화 되었다.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비슷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의료진마다 개개인의 노하우가 있을터. 주관중 교수에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다.
“다 비슷할테지만 조금씩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순수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을 응용, 한손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수부보조 복강경)을 주로 사용합니다.”
기존의 개복 수술은 복강내 장기에 접근하기 위해 큰 절개를 한뒤 수술을 진행한다. 절개의 범위가 큰 만큼 출혈도 심하고 회복도 느린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0.5~1cm정도 구멍을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의 등장으로 최소침습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게 되어 환자들의 회복속도도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수부보조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절충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복강경 수술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한 손을 집어넣고 수술을 진행을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순수 복강경 수술보다는 조금 더 크게 구멍을 내지만, 개복 수술보다는 적게 절개를 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을 응용하여 사용을 합니다”
이렇게 수부보조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되면 보통 복강경 수술보다는 아무래도 절개 범위가 커진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에서 시도하기 힘든 수술을 집도하는데 효과가 더 좋다고 주관중 교수는 말한다.
“신장암 수술의 경우, 최초 복강경으로 시도하다가도 암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면 결국 개복해서 장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부보조 복강경을 이용하여 복강경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복강경으로 힘든 부분을 손을 이용하여 수술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인 개복 수술보다는 적게 열기 때문에 출혈도 적고 회복도 빨라지죠”
주관중 교수는 현재 수부보조 복강경 수술 케이스를 늘려 관련 논문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로봇수술, 발기기능을 보존하여 남성성을 살리다.
최근 의료계는 로봇 수술열풍이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첨단 수술법이다. 정밀한 수술과 빠른 회복이 장점이며 특히 비뇨기분야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른 암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특히 전립선암 쪽에서 큰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 전립선암의 경우 개복수술 시 골반 안쪽 시야 확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립선의 크기는 호두알 정도 인데 잘 안보이다보니 그만큼 큰 절개를 해야합니다. 출혈과 후유증이 많은 편이지요”
로봇수술은 기본적으로 일반 시야의 1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만큼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복강경 수술로도 진행 할 수 있지만 복강경 수술은 원근감이 없어 봉합시 많은 불편함이 따릅니다. 반면 로봇수술은 3D화면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원근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전립선을 크게 보면서 주변 혈관, 신경까지 확보할 수 있죠.”
흔히 이루어지는 복강경 수술이 긴 막대를 이용해 집도가 되는 반면 로봇수술은 관절이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한다. 이는 손으로 봉합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낼 수 있어 더 튼튼하게 봉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전립선암 수술 후 발생 빈도가 높은 요실금을 방지하고 발기기능을 보존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보통 직장암, 전립선암 수술 후 신경을 건드려 발기기능이 손상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전립선 양쪽으로 하나씩 큰 신경이 지나가는데요, 암이 한쪽에 있으면 그 쪽 신경과 혈관(신경 혈관다발)은 어쩔 수 없이 제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반대측 신경 혈관다발을 보존하면서 수술을 한다면 발기 기능을 살릴 수 있어요. 이때 로봇 수술은 확실히 개복술에 비해 정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경 혈관다발을 피해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기신경 보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치료만큼 환자의 의견도 중요해
주관중 교수는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설명할 때 수술 뿐만 아니라 그 환자에게 적합한 여러 치료 방법들을 찾아서 제시한다고 한다. 차선책을 찾는 과정에서는 환자 및 보호자와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할 터인데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현실상 환자와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제가 환자분들에게 컴플레인을 많이 받는 의사중 한명입니다. 왜 이렇게 진료대기 시간이 길어지느냐고 많이들 항의 하시는데요 그럴 때 마다 참 죄송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으면 수술을 결정하기도 힘들고 또 제 독단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정작 수술을 집도 받는 본인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환자,보호자와 최대한 공동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한없이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주관중 교수이지만 때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순간도 있다고 한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연세가 많더라도 건강도 좋고 마취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만 보호자들의 반대가 심할 경우가 많다고.
“제 치료방침에 대해 충분히 수긍하고 저를 믿어주시면 같이 가는 것이지만 저를 못 믿으시는 분들은 최대한 설득합니다. 하지만 설득이 안될 경우 결국 선택권을 넘겨드리는 수밖에 없어요. 이 때 참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선택을 하게 해드리지만 최선이 아닌 선택들을 권유해야만 하거든요. ”
그는 수술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환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방광암은 혈뇨가 주 증상입니다. 암의 범위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을 정말 단시간에 끝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수술에 겁을 먹으시고 약물로 치료해달라는 분들이 있으세요. 사실 약물치료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혈뇨가 있어서 막히고 자주 내원하시는데요, 막힐 때마다 그 고통이 이루말 할 수 없으실 텐데, 오히려 삶의 질이 나빠지시는 거죠”
주관중 교수는 환자를 돌보는 것을 취미처럼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일을 일로써 하게 되면 스트레스 받게 됩니다. 취미처럼 생각하다보니 제 건강에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정년 이후에도 쭈욱 환자분들을 돌보며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목표이기도 해요.”
소박한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에게서 천성 참 의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