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를 외치던 광고가 생각나시는지요? 약품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과 잘못된 의학정보를 제공할 우려 때문에 중단됐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이 간을 건강의 척도이자 보루로 생각한다는 점은 확인시켜줬습니다. 간암은 암 중에서도 특히 생존율이 낮습니다. 초기 5년 생존율이 46.3%(2013년)에 불과합니다. 중기로 넘어가면 10%대(16.3%)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정확한 내용을 듣기 위해 강북삼성병원 소화기 암센터 간암팀을 찾았습니다.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와 조용균 교수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간암은 술 때문에?
간암이라고 하면 음주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은 만성 간질환과 간염(간암 환자의 80%)에 의한것입니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는 푸근한 인상처럼 설명도 친절했습니다.
“먼저 간염은 바이러스가 간을 직접 공격하고 손상시킨 탓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간염바이라스가 발현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들이 이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면역체들과 간염 바이러스가 싸우는 겁니다. 이를 간염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B형 간염이 전형적입니다. C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나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 매개 물질이 간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과도한 방어 때문에 간이 오히려 손상을 입는다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간염은 B형과 C형입니다. 둘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완치가 어려운 반면,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지만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B형 간염은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는 기대할 수 없고 평생 관리해야 하지만, C형 간염은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성분의 약물 치료와 향후 시판될 예정인 항바이러스약제로 완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암의 또 다른 위험요소, 간경변증!
간암의 또 다른 위험요소로 간경변증(간경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번 딱딱해진 간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요?
“다시는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들을 하시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B형 간염은 대체로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갑니다. 그런데 B형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병리학적, 조직학적으로 호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섬유화가 진행되고 염증이 심하더라도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딱딱하게 굳어 있던 결절들이 풀려서 조직학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병익 교수는 항바이러스제의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거나 간경변증이 합병증을 동반하는 비율을 많이 줄였습니다. 둘째, 간경변증이 간암으로 갈 가능성도 감소시켰습니다. 이렇듯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B형 간염 치료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간암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간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과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 강북삼성병원에서는 간염 환자라면 원칙적으로 3개월 주기로 간 기능을 체크하고 종양표지자 수치를 보는 피검사, 6개월 주기로 결절 유무를 살피는 초음파 검사를 시행합니다. 35세 이하라면 1년마다 초음파 검사를 합니다. 이런 검사들에서 뭔가 이상이 발견되거나 애매한 경우에는 CT 검사를 하고, MRI와 PET 검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조기 발견은 가능하지만 그 전제는 정기적인 검사입니다. 간염 환자가 정기 검사를 빠뜨리면 반드시 뭔가 문제가 생깁니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검사를
제대로 받으면 조기 발견을 할 수 있고 수술과 함께 고주파 열치료등 부분적인 시술로도 간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진료 프로세스, 다학제 협진 그리고 맞춤형 치료
간암은 갑상선암 등과 달리 느리게 진행되지 않을뿐더러, 간 기능과 전신 상태에 따라 치료방침과 예후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시간이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2㎝ 이하의 간암 발견율이 아주 높습니다. 조기 진단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죠. 5년 생존율 성적도 우수합니다. 또한, 진료 프로세스가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내원한 당일에 바로 검사가 이루어지고 결과까지 알게 되는 비율이 아주 높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대기 시간이 긴 데다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하고 1주일 뒤에 결과를 보러 다시 와야 합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로서는 무척 곤란하겠죠. 우리 병원은 지방 환자라면 초진이든 재진이든 내원 당일에 큰 검사까지 모두 마치고 결과까지 알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진단과 치료방침 결정까지 신속하게 진행되므로 환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의와 혜택이 무척 크다고 하겠습니다."
강북삼성병원 간암팀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더 있습니다. 바로 다학제 협진과 맞춤형 치료입니다.
“소화기내과, 소화기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의료진들이 정기적인 컨퍼런스를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해서 최적의 치료 방침을 결정합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딱 맞는 치료가 무엇인지 고민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리려고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주파 열치료로 ‘간암’을 치료하다 -영상의학과 홍현표 교수-
간의 상태와 환자가 수술하기 적합한 상태가 아닌 경우 수술적 절제가 아닌 고주파열치료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고주파 열치료란 인체에 해가 없는 400-500 kHz의 고주파를 전극을 이용하여 인체 내 종양에 가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영상의학과 홍현표 교수는 이 분야에서 특별합니다. 미국 간학회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크기가 3cm 이하의 3개 이하 간세포암을 가진 환자에서 전신상태가 안 좋아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고주파 열치료술을 시행 받을 것을 권유합니다.
고주파 열치료로 간암을 치료하는 장점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초음파나 CT 유도 하에 전극을 피부를 통하여 종양에 삽입하여 치료하므로 수술에 비하여 합병증이 적고 회복 기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주파 열치료로 치료할 수 잇는 대표적 암으로 원발성 간암, 전이성 간암이 있습니다. 그 외 신세포암, 갑상선 종양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치료 역시 간암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간염이 간암으로 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환자와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환자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어야 가능하겠죠. 간염뿐만 아니라 요즘 주목받고 있는 비알코올 지방간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식이조절과 운동이 아주 중요한데, 우리 간암팀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협조를 얻어서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과 처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맞춤형이라는 것은 치료와 관리를 아우르는 이를테면 최적의 개별 솔루션을 말합니다."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가 덧붙인 설명을 들으니 더욱 분명해졌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경우를 ‘비알코올 지방간’이라고 하는데, 조 교수는 비알코올 지방간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있습니다.
“5년 이상 알코올 지방간이 지속 된 환자는 정상인보다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2~7배 커집니다. 비만은 3.4배, 고지혈증은 3.1배, 당뇨병은 7.1배 높습니다. 또한 일부 환자의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세포암종 같은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에 엉뚱한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호기심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간 때문에 피곤한지 물었습니다
“간 이외에 다른 원인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피로를 호소하면서 간 수치가 높지 않냐고 묻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상이고, 오히려 컨디션이 좋다고 말하는 환자들은 입원해야 할 정도로 간 수치가 높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간 기능이 나빠졌을때 나타나는 증세는 피로감도 있지만 대부분 무증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입니다.”
두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진료실이 궁금하다면 강북삼성병원 간암팀을 찾을 일입니다.
간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몇가지 Tip
1. 불필요한 약은 복용을 삼간다.
- 양약 뿐 아니라 건강보조식품도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질환의 원인이 된다.
- 과다한 음주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추가복용은 간손상을 심화시킨다.
3. 균형잡힌 식습관을 유지하자
-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절제된 식습관이 중요하다.
- 튀기거나 기름진 지방성분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야한다.
4. 지나친 다이어트는 금물
- 지나친 체중조절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성분, 영양분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