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이 81세를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반갑지 않은 그늘도 있다. 그때까지 생존할 경우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중앙암등록본부). 반면 한창나이인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도 있다. 바로 갑상선암이다. 전체 암 환자 중에서도 발생률 1위이며 매년23% 넘게 증가했다. 예후가 좋아서 5년 상대생존율이 거의 100%이고 10년 상대생존율도 99% 가까이 된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처럼 발생률과 사망률이 엇박자를 보인다는 사실은 새로운 논란을 낳았다.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갑상선암이라고 진단이 내려지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나. 의문을 풀기 위해 강북삼성병원 유방ㆍ갑상선 암센터를 찾았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암센터에 들어서니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 도대체 갑상선암은 암이기는 한 걸까. 갑상선암팀을 이끌고 있는 유방·갑상선암센터 윤지섭 교수를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과잉 진료에 대해 물었다.
“건강검진의 보편화와 진단 기술의 발전이 갑상선암의 급증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갑상선암과의 상관성이 높은 비라프(BRAF) 유전자의 변이가 더 많고,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소아청소년의 발병률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진단으로 조기에 발견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이 증가했다고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다른 원인도 있을 것이고,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문제 입니다.”
과잉 진단이라는 주장도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허위 진단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암은 맞지만 조기인 경우에는 당장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즉 주장의 핵심은 과잉 치료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기암까지 무조건 수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인 것이다. 조기암은 서둘러서 수술할 필요가 없으니, 조기암을 발견하기 위해 굳이 초음파 검사를 남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바로 과잉 진단 논리이다.
“조기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말자는 것은 정말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첫째, 암 덩어리가 만져지고 증상이 있을 때만 수술하자는 주장인데 그때의 치료 성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을 예로 들겠습니다. 영국은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로 조기암을 발견하고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만져서 진단하고 진행됐을 때 수술하는 의료 시스템입니다. 80년대 데이터를 보면 5년 생존율이 60%에 불과했습니다. 40% 가까운 환자들이 갑상선암으로 사망했다는 말입니다. 둘째, 갑상선암은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진단 당시에 이미 임파선 전이가 있을 확률이 30% 이상입니다. 임파선 전이가 있는 환자는 전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재발률 및 사망율이 3배 이상 높습니다. 암의 크기가 0.5㎝ 이하면 수술하지 말자는 주장이 있는데, 임파선 전이가 흔한 암이 갑상선암이므로 아무리 크기가 작더라도 수술해야 합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진행된 갑상선암만 수술하자는 것은 결국 치료 성적이 떨어지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100% 가까이 완치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존율과 완치율이 아주 높은 암이기 때문에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것입니다. 물론 착한 암, 거북이 암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급하게 서둘러서 수술해야 하는 암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술 시기를 선택할 때 조금 여유가 있다는 것이지, 조기암이라고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굉장히 착한 암이라지만 시간이 흐르면 치명적인 미분화암으로 변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갑상선암이라도 원격 전이는 많게는 10%까지도 보고되고 있고 미분화암으로 성질이 바뀌게 되면 6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윤 교수는 갑상선암 치료의 기본이 수술이고, 초기에 치료하면 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강조했다.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냥 지켜보다가 나중에 진행됐을 때 수술하자는 주장은 재발율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갑상선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재발 속도도 그만큼 느리다는 말입니다. 초기에 수술했을 때와 키워서 수술했을 때 재발율의 차이가 정말 없는지는 20년 정도 지나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 연구를 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분명 차이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갑상선암 수술은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목소리가 변하고, 부갑상선 기능이 떨어져서 손발 저림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 신경의 주변에 있는 임파선이나 조직을 넓게 절제해야 하는 환자들은 목소리 신경을 다 살리더라도 음성이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상선암이 진행돼서 목소리 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다 잘라내야 하니까 변화가 더 심해집니다. 이런 합병증의 발생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수술하는 것입니다.”
과잉 진료라는 말은 갑상선암이 수술 없이 그냥 치료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수술은 해야 한다. 다만 수술 시기와 범위는 병의 양상과 진행된 정도를 전문의가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갑상선암의 1차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 후에 다음 단계의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절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사성 요오드(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다.
“전절제 수술로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더라도 암세포가 아직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요오드를 섭취해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는 갑상선의 성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방사성 요오드가 유도탄처럼 갑상선암세포를 찾아가서 모두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 재발이나 잔존암 치료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왕 전절제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절제와 반절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반절제를 하면 갑상선 호르몬을 먹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다.
“두 질문 모두 오랜 논쟁의 주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딱 부러지는 정답은 없습니다. 우선 절제 범위를 보자면, 고위험군은 전절제가 유리하고 저위험군은 반절제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합의된 사항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으로 할지는 병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다음으로, 반절제를 하면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도 기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호르몬 투약은 호르몬 보충보다 재발 억제가 목적이기 때문에 가급적 투약을 원칙으로 합니다.”
괜히 수술을 성급하게 했다는 원성과 논란의 배경에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뭐니 해도 목 부위의 수술 흉터가 가장 결정적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강북삼성병원이 돋보이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강북삼성병원 갑상선암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미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목에 흉터가 없는 내시경 수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1999년에 국내 최초로 갑상선 내시경 수술에 성공했고, 현재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치료 결과 역시 아주 좋습니다. 내시경 수술을 배우려고 외국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목 부위를 절개한 환자의 경우에도 상처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2007년에 국내 최초로 경부 절개 환자의 상처 관리에 관한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피부과와 협진으로 수술 환자의 레이저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굉장히 좋습니다.”
하나 더 있다. 새로이 도입된 로봇수술은 갑상선암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사실 갑상선암에 로봇수술을 적용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인데, 윤 교수가 바로 그 팀에서 활약했다. 절개 방법이나 치료 결과는 내시경 수술과 차이가 없지만,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손 떨림 없이 수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대 신경과 부갑상선을 보존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내시경 수술은 국내 최고이므로 로봇보조 내시경 수술까지 추가된다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자못 기대된다.
강북삼성병원 갑상선암팀은 1년에 700례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내시경 수술이 250례가 넘는다. 게다가 치료 성적 역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진료와 검사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문 센터이기 때문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빨리 진행되고, 다학제 협진이 원활하며, 환자의 편의도 보장된다. 이 모든 장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갑상선암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또 아무리 예후가 좋다고 해도 수술을 받는 입장에서보면 똑같은 암 환자입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자기 집을 오가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센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주치의가 되어야 합니다.”
윤 교수의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들의 표정이 밝은 것은 영화배우 못지 않은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환자를 대하는 진심이 오롯이 전해진 덕분이리라.
갑상선암과 관련된 진료를 받으면 '진단'과정을 거치게 된다. '진단'은 초기치료가 필요한 갑상선암 완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계다.
1.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검사는 어떤 것이 있나요?
-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미세침 흡인 세포검사가 대표적입니다.
2. 초음파 검사를 하면 결절의 유무나 크기, 형태와 위치뿐만 아니라, 악성 여부도 알 수 있나요?
- 네, 그렇습니다. 숙련된 영상의학과 의사가 초음파 영상 소견을 보고 갑상선암을 예측할 확률은 85-92% 정도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3. 미세침 흡인 세포검사는 무엇인가요?
- 초음파 유도 하에 바늘로 세포를 채취해서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임상에서 만져지는 병변에대하여 미세침 흡인검사를 시행했는데, 초음파가 보급이 된 이후로 영상의학과에서 초음파 유도 하에 정확하게 병소를 확인하고 세포를 채취합니다. 채취된 세포는 전용 용기에 담겨져 병리과에 전달이 되고, 이를 병리과에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4.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이 발견됐을 때, 어떤 경우에 미세침 흡인 세포검사까지 하게 되나요?
-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하나 이상 보이는 경우 적어도 5mm 이상일 때 시행합니다.
5. 혈액 검사는 갑상선 기능만 평가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갑상선 기능 이상은 갑상선암과 무관합니까?
-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갑상선 기능 이상은 갑상선염과도 관련이 있는데, 갑상선염 환자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더 많다는 보고가 있어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6. 갑상선암에는 CT 검사를 하지 않나요?
- CT 검사는 세포 검사에서 갑상선암이 진단된 후 시행합니다. 전이 여부나 수술 전 계획을 위하여 시행하게 됩니다.
Q&A 도움말 영상의학과 최선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