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상징인 곳에 어둡고 무시무시한 암 덩어리의 이미지를 포개자니 어색함을 넘어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중에서 발생률이 2위이고 최근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암이니 더욱 큰 문제 같은데요!
오늘 강북삼성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보려고 합니다!
외래동 건물 6층에 있는 유방ㆍ갑상선 암센터에 들어서니 내가 제대로 찾아왔나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했습니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들, 즉 하얀색에다 소독약 냄새까지 배서 더욱 차가운 실내 공간, 빨리 볼일만 보고 가라는 듯 딱딱하게 몰아세우는 인테리어, 무표정하게 분주히 움직이는 의료진과 잔뜩 긴장해서 눈치를 보는 환자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병도 아니고 암을 다루는 곳인데, 아무리 환자가 아니라 방문객이라지만 편안한 기분마저 드니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병원 냄새가 나지 않는 이 곳은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유방암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세계학술대회 개최를 주도한 박찬흔 센터장이 이끄는 유방ㆍ갑상선 암센터 유방암 클리닉이 분명했습니다.
오늘 제가 유방암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 분은 박 센터장과 더불어 유방암 클리닉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유방ㆍ갑상선암센터의 박용래 교수 입니다.
“방문객을 배려한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도 꼽을 수 있겠지만, 유방암 진단과 치료의 두 축인 유방ㆍ갑상선암센터와 영상의학과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방 질환의 특성상 영상 검사와 조직 검사가 필수인데, 한 공간에 같이 있으니까 필요한 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연계와 협조가 잘되니까 늦어도 2주 이내에 수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큰 병원에 가게 되면 으레 안내문과 화살표를 따라 여기저기 오르락내리락 검사를 받으러 다닐 각오를 합니다. 대기와 지연도 응당 있는 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강북삼성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어요. 환자로서는 시공간적으로 편리해서 좋고, 의료진들은 협력이 쉬운 구조입니다.
검사나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가 마냥 속까지 느긋할 수는 없겠지만 겉으로나마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공연히 번거롭게 하지 않는 시스템 덕분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여기에 강북삼성병원의 첫 번째 강점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좀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방암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탓에 아주 바쁘지만 이 원칙만큼은 철저하게 지킨다고 합니다.
수술 술기 등 의료진의 역량이나 장비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으면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쓰고 배려한다니, 달리 더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수술 이후, 특히 5년이 훨씬 넘은 환자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신뢰가 한층 더해졌는데요.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착한 암으로서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많은 것으로 나오는 이유는 발병률이 워낙 높기 때문입니다. 갑상선암도 발생률이 1위이지만 워낙 착하기 때문에 사망자가 적습니다. 유방암은 빨리 발견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1기까지는 95% 완치됩니다. 진행성인 경우에도 다른 암들에 비해서는 예후가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40~50대 환자가 가장 많고 30대에서도 발생률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환자가 젊을수록 암의 성질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조기 발견이 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네요. 아! 아무래도 여성 환자가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점!
“여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즉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으며, 초산이 늦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 등이죠. 알코올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식생활의 서구화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는 없을까요?
“유방암 검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유방을 압박한 후 X선 사진을 찍는 ‘유방 촬영술’ 로서 석회화와 혹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방 초음파 검사’로서 혹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도 95% 이상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찰과 촬영이 아주 중요합니다.”
유방 조직이 전체 유방의 75% 이상인 치밀/조밀 유방(dense breast)인 경우에는 X선 검사에서 혹이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즉 희뿌옇게 나오는 부분에 혹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치밀 유방 자체가 유방암의 위험 인자라고 하네요. 따라서 유방 촬영술에서 치밀 유방이라는 검사 소견이 나오면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들은 치밀 유방이 많은 편!)
“영상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조직 검사를 합니다. 영상에서 뭔가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1부터 5까지 분류된 범주에서 4부터 암일 가능성이 있어서 조직 검사를 합니다. 하나는 바늘로 찔러서 조직을 조금만 떼어서 조직검사를 하게됩니다. 암이면 당연히 수술하고, 양성인 경우에는 변화가 심할 때 혹을 뗍니다. 다른 하나는 맘모톰이라고 홈이 팬 바늘과 회전 칼날을 이용해서 대패처럼 여러 번에 걸쳐 혹을 잘라내는 것입니다. 바늘은 조금만 떼서 검사를 하는 것이고, 맘모톰은 검사를 하면서 절제까지 하는 것입니다. 수술로 절제하면 흉터가 크게 남는데 맘모톰은 바늘구멍만큼만 흉터가 생깁니다.”
유방ㆍ갑상선암센터에서 먼저 외래 진찰을 하고, 필요한 검사를 영상의학과에 의뢰하면 영상 검사나 조직 검사를 시행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유방ㆍ갑상선암센터에서 다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식으로 진료가 진행되요! 유방암에서 CT는 잘 안 찍지만 수술을 계획하고 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 MRI가 많이 활용된다고 하네요.
“유방암 치료 방법은 다섯 가지입니다. 국소 치료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 미세 전이나 원격 전이를 치료하는 원격 치료로 항암제, 여성호르몬 억제제, 표적 치료제가 있는데, 이 모두를 할 수도 있고 한둘만 할 수도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맡고 나머지 치료는 유방ㆍ갑상선암센터에서 담당합니다. 수술이 기본적 치료인데, 일 년에 200~250례 정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방암은 암세포가 겨드랑이 임파선으로 가장 먼저 퍼집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겨드랑이 임파선까지 다 없앴어요. 하지만 문제는 유방 절제와 별개로 운동이나 감각 이상 등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감시 림프절 생검을 해서 전이가 없으면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을 하지 않고, 전이가 된 경우에만 겨드랑이 임파선을 모두 절제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환자들에게는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도 문제지만, 사실 유방을 보존하느냐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것 같습니다.
“원칙이나 기준은 단순합니다. 암을 모두 없애고도 유방 모양이 남을 수 있으면 보존하고, 남지 않으면 그냥 다 없애는 것입니다. 치료 목적은 일단 생존이고, 수술의 목표는 암을 없애는 것이니까요. 유방을 보존할 때는 경계면에 암이 있는지 조직 검사를 통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최근에는 유방을 많이 없애고도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종양성형술(oncoplastic surgery)이라고 하는데, 피부만 남기고 유방 조직을 다 없앤 후에 보형물을 넣을 수도 있고, 배에 있는 근육을 위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종양성형술은 형태 유지를 고려하면서 수술하는 것에서부터 아예 모양을 새로 재건해서 복원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재건 수술은 유방암 절제술과 동시에 재건수술을 하는 즉지복원술과 나중에 따로 재건수술을 하는 지연복원술이 있구요. 각각 고려할 점과 장단점이 있는데, 무엇보다 즉시복원술은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하게 되면 보형물에 영향이 있고, 지연복원술은 재차 수술을 한다는 부담에다 흉터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재건성형은 유방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 김준규 교수가 맡고 있습니다. 다른 병원에 비해 경험이 많고 아주 열심히 하십니다. 사실 의지가 없으면 하지 못합니다. 일단 수술이 진행되면 10시간이 넘게 수술이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걱정되면서 궁금한 것은 재발입니다. 다른 암들에 비해서는 재발을 치료할 수 있는 무기들이 많은 편이지만, 15년은 지나야 완치를 말할 수 있다고 하네요.
“성질이 좋은 암일수록 잘 숨어 있다가 한참 후에 갑자기 재발합니다. 반면 성질이 나쁜 암은 5년 안에 재발합니다. 따지고 보면 미세 전이는 수술할 때 이미 거기에 가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유방암을 전부 절제하더라도 나중에 간이나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리 알 수는 없고 나중에 재발하고서야 이미 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방암은 장기간 치료하고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강북삼성병원의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 바로 여깁니다. 수술한 의사가 계속해서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것인데요! 5년이 지나면 뼈 검사를 제외하고 일반 건강검진과 크게 다를 바는 없겠지만, 환자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데서 오는 장점은 생각 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병이 생기는 경우에도 빨리 발견해서 대처할 수 있어요.
박 교수와 유방암 클리닉의 모토를 물었는데, 질문 자체가 상투적이어서 그런가, 돌아온 답변이 언뜻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헌데 다시 생각해 보니, 환자를 살려내는 것이 의사의 일이니까 생존과 생명 연장은 기본이자 필수이고, 거기에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의사에게 마땅히 기대할 수 있는 바는 분명 다 갖춰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도 ‘좋은 의사’라면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요.
사실 박용래 교수는 2003년 국내 최초로 내시경을 이용하여 유방암 수술을 성공한 의사입니다.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취지나 배경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새로운 수술을 사게 된 계기가 바로 ‘환자에게 무엇을 더 해 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시경 절제술은 적응증이 제한적이고 시행 건수도 많지 않지만, 해당 환자들에게 맞춤 치료의 개념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꼭 맞는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유방암 클리닉에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런 좋은 의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