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 도마 경기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은바 있습니다 도마 종목에서 양학선 선수가 본인만의 기술인 '양학선'을 통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인데요!
강북삼성병원에도 대장암 치료를 위해 수부보조복강경 수술법을 본인만의 기술로 발전시켜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가는 소화기 외과 김흥대 교수가 있습니다.
대장암은 아내같다?
“대장암이요? 음…제 아내가 들으면 오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내 같다고 할까요?”
웃으며 운을 뗀 김흥대 교수는 부드러운 어조와 인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대장암은 성격이 참 까다롭기도 하지만 의외로 말을 잘 듣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어요. 소화기 외과 의사인 저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니 조심해서 평생 다루어야 할 질환이라 생각합니다. 어린 외과의사 시절에는 이걸 정복해야겠다 하는 호기도 부려봤지만 만만치 않은 녀석이더군요.”
외과 의사답지 않은 편안한 모습, 평소에도 마찬가지일까 궁금해 지는데요!
"(웃음) 원래 화를 잘 안내요, 수술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든요. 환자가 저를 믿고 소중한 몸을 맡긴 만큼 최선을 다해야지요. 수술은 결국 제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저는 조용히 온 정신을 눈앞에 있는 환자에게만 집중합니다. 환자에게 자그마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어떤 것들도 용납하지 않아요."
Unsung Hero라는 표현이 떠르더라구요! 자기를 내세워 외면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내면의 단단함을 지닌 그에게서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수부보조복강경 = 복강경수술 장점 + 개복수술 장점
김흥대 교수의 장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바로 복강경 수술의 일종인 수부보조복강경 수술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는 아니어서 저도 처음 들었을 땐 수부보조복강경이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해서 조금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습니다
"수부보조복강경 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 양 쪽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특수하게 제작된 핸드포트를 통해 의사의 한 손을 복강 속으로 삽입하고 나머지 손은 복강 밖에서 기구를 조작하는 수술법인데요, 의사의 손을 직접 넣어 수술하니 수술 시간이 짧고, 일반 복강경 수술로 하기 힘든 큰 병변이나 주변 장기에 붙어 있는 병변, 염증이 심한 병변도 수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부보조복강경 수술은 병변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어요. 그리고 수술흉터를 적게 만들기 위해 절개창을 최소화하다보면 손의 피로도가 극심해져 손에 쥐가 나기도 해요"
"그래도 수부보조복강경 술식은 환자를 위한 최선의 수술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 시 출혈 같은 돌발 사태에도 대처하기 쉽고 수술의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도 복강경으로 수술을 끝낼 수 있습니다. 통증도 적고, 장운동이 빨리 돌아오고, 퇴원도 빨라집니다."
실제 그는 전체 대장암 중 95%를 수부보조복강경 술식으로 수술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손을 보세요, 왼손이 오른손보다 작게 보이지 않나요? 보통의 수부보조복강경 수술은 환자의 배에 6cm 정도의 절개를 하는데 비해, 저는 3~4cm 가량을 절개합니다. 거기 들어가는 게 바로 제 왼손이지요. 0.1cm라도 환자의 배에 적게 상처를 내기 위해 손을 오므려서 수술을 해요. 오랜 기간 하다 보니 왼손이 줄어들었죠, 직업병이랄까요? (웃음)"
그의 손은 정말 양쪽의 크기가 달랐습니다. 직업을 가진 누구에게나 직업병이 있을 터지만, 신체가 변형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이야기여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웃음이 많지만, 환자 얘기에는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는 김 교수. 그에게 환자는 어떤 의미일까요?
"대장암이란 게 희한해요. 환자의 항문을 수술해야 할 경우가 있거든요. 항문에서 먼 위치인 상부나 중부 직장암일 경우엔 대부분 항문을 살릴 수 있지만 항문에서 5cm 이내의 하부 직장에 암이 생기면 항문을 제거하고 복부에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환자로서는 민감한 문제이죠, 어떤 경우엔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는데…. 내가 하는 수술이 투병 중인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번 수술에서 암을 놓치지 않고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가? 수술 후 변화된 몸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신경이 예민해져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표현하진 않아요. 그럴 때마다 혼자 속으로 되뇌곤 합니다. 이 환자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하자."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그에게 있어 환자란 각별한 존재'구나 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그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환자가 믿을 수 있는 의사, 아, 저 사람에게 가면 난 이제 낫겠구나 하는 의사, 그런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제 환자가 믿을 사람은 사실 저 뿐이잖아요. 가장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요. 때문에 수술 후에도 완치될 때까지 필요한 지지요법과 지속적인 추적관찰, 합병증에 대한 치료, 지친 환자의 심리 상태까지 꼼꼼하게 챙기죠. 42.195km를 뛰는 마라토너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끊임없이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코치같이 항상 믿음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확고한 포부를 밝히는 김흥대 교수는 현재 그가 속해 있는 소화기 암센터에 대한 강한 신뢰와 자부심을 내비췄습니다.
“대장암은 외과뿐만이 아니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협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다 모여야 합니다. 우리 소화기 암센터는 이러한 협진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센터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영역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화기 암센터를 찾는 환자분들이 받게 되는 치료는 국내 최고라고 믿으셔도 됩니다.”
그는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평소 진료시간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할애한다는 김흥대 교수는 인터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질문 마다 성실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대장암은 아직도 개척할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암이 다 그렇지만, 대장암 분야도 아직까지 개척할 부분이 많아요, 특히 대장암 수술 후 조기회복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금이나마 환자분들이 대장암에 대한 고통을 줄이고 일상으로 복귀를 서둘러하는데 도와드리고 싶어요. 암에 걸렸다 하면 주변에서 이러 저러한 치료방법이 좋더라, 어떤 건강보조식품을 먹어야 하더라, 하는 유혹의 말이 많이 들리지요. 수술 후에는 환자가 심리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유혹에 귀를 기울이기 쉽습니다. 또한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이런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큰일 날 것 같고 보호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요. 그러나 환자를 수술했던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말기 암에 대해서는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저도 노력중입니다. 그러나 환자가 암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가족들의 응원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열정이 합쳐지면 희망을 꿈으로만 놓아두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단 하나의 단어에 대한 포커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환자' 였습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 암센터에서 김흥대 교수의 '환자'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술방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김흥대 교수가 있는 강북삼성병원!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